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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인사이트

미국증시 밸류에이션 / 증시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by 불나방스 202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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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 미국 시장 밸류가 너무 높아서 투자 못하겠음

 

- 매크로 상황이 어려워서 투자 못하겠음

 

-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이 양적완화로 선회 못할 것 같아서 투자 못하겠음

 

 


 

고통이 시작된지 1년 5개월 째

나는 원래 숏이라는걸 모르는 완벽한 롱충이였음

그런데 21년 10월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내러티브가 강해지면서 지난 14년 간 평화롭게 투자하며 쌓아온 모든 투자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음

 

최근 시장이 이렇게 어려워지기 전까지 나는 투자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기간이었음. 그동안 유럽 재정위기, 중국 쇼크, 코로나 등 많은 이벤트가 터졌지만 그때보다 2018년이 더 힘들었음. 이유가 뭘까?

 

미국 제조업PMI와 S&P500 지수

2018년 초 미국은 양적긴축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시기였고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음. 미국 제조업PMI는 빠르게 꺽이기 시작했고 경제가 둔화됨에 따라 한국 증시도 부진을 벗어나기 힘들었음. 미국 증시는 2019년부터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한국 증시는 19년에도 등락을 반복하며 어려운 구간을 보냈음.

 

투자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양적긴축이 역사적으로 일어난 적이 없어서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미지수였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배팅할 수 없었고 실제로 내 퀀트 모델은 백테스팅에서 저 구간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음.

 

그런데 2022년에 양적긴축이 다시 시작되었음. 일단 인플레이션이라는 매크로 상황 자체도 내 투자 역사에는 경험이 없는 상황이었고 2020년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경기부양책 규모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최근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부분들을 떨치기가 쉽지 않음.

 

 

주가가 너무 비싸다

미국 빅테크 밸류에이션

최근 미국 증시의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들이 정말 좋은 주식인건 잘 알겠음. 그러나 밸류를 보면 선뜻 투자하는게 쉽지 않음. 엔비디아의 경우 향후 성장성이 좋을 수 있음은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중요한건 성장을 고려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임.

 

생성 AI의 급부상으로 굉장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지만 몇 년 사이 실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하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여가 클 것으로 보임.

 

그런데 지금은 마치 얼마 전 코스닥에서 2차전지 밸류에이션을 10년 후 실적까지 가져오듯 AI 관련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듯한 그림들이 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임.

 

S&P500 지수 1y fwd PE

야데니 리서치에 따르면 5월 11일 기준 S&P500의 1y forward PE는 18.2배로 IT버블과 2020년 코로나로 양적완화 한 이후를 제외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에 와 있는 상태임. S&P500 내 테크 주식에 대한 PE 값은 24.7배로 역시 IT버블과 2020년 양적완화 기간을 제외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에 와 있음.

 

미국 S&P500 PEG

물론 성장성이 굉장하다면 밸류에이션이 높은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

그러나 성장성을 고려한 PEG ratio 역시 2020년 양적완화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에 있음.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내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굉장히 높은 상태일지도 모름. 그러나 기업들의 미래 이익은 누구도 확정적으로 예상하는건 불가능하고 다만, 통상적인 수준의 범위에서 실적 성장 또는 역성장을 예상한다면 지금 PEG 수준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롱 배팅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음

 

미국 1y fwd EPS

다만 긍정적인 것은 최근 1y Foward EPS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임.

그런데 08년에도 1y fwd EPS가 단기간 반등했다는 점은 안비밀.

 

지금 매크로 환경을 볼 때 기업들의 실적은 시장의 밸류에이션 수준만큼이나 좋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함.

 

 

매크로 정말 괜찮은거 맞나...

최근 매크로 상황은 악화되는 소프트데이터와 개선되는 하드데이터, 그리고 완화적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정책과 긴축적인 유럽-미국의 통화정책, 또 다양한 매크로 지표들이 서로 대립되는 양상을 보여주면서 경기 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음.

 

나도 작년은 내내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가 올해 초에는 시장 뷰를 긍정적으로 바꾸면서 공격적인 롱배팅을 해왔었음.

SVB가 파산하기 전까지는....

 

SVB가 파산하게 되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이 당장은 경제에 영향이 없을 것이며 인플레의 장기화 및 적응에 따라 기업실적은 회복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음.

 

SVB 파산 이후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는 예상과 반대로 증시가 오히려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이건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영향 문제와는 다른 이유로 일어난 결과로 보여짐.

 

미국 증시와 TGA
S&P500(빨강)과 TGA(파랑)

23년 1월 재무부는 특별조치를 통해 부채한도 문제를 반년 가량 지연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음.

 

이런 정책 변화는 정부가 추가적인 국채 발행에 따른 유동성 흡수 없이 정부 내에 존재하는 현금을 시중에 지속적으로 유출시키면서 증시 유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만듬.

 

재무부의 일반 계정 TGA는 1월 말 5,726억 달러의 잔고가 있었고 현재는 600억 달러 가량이 남아 있음. 즉, 1월 말부터 현재까지 정부는 시중에 5,100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유출시켰음.

 

같은 기간 연준의 양적긴축으로 시장에서 흡수된 유동성은 2,846억 달러임. 그러니까 부채한도 문제 때문에 지금은 긴축 사이클임에도 불구하고 1월 말부터 현재까지 연준 계좌에서 시중에 풀린 돈은 +2,200억 가량이 되었음.

 

당연히 증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앞서 설명했던 과도한 밸류에이션 상태를 만들어 버렸음.

같은 문제로 부채한도 이슈가 있었던 2022년 초부터 중순까지의 상황을 보면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된 이후 TGA 잔고는 급증했고 동시에 S&P500 지수는 하락세를 보여준 것을 기억해야됨.

 

재무부가 공지한 올해 TGA 잔고 목표치는 6,000억 달러임.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되면 재무부는 그동안 특별조치로 써온 2,000억 가량의 금액까지 더 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국채 발행을 단행할 예정임.

 

다만, 이렇게 생각하니 2분기 실적도 썩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듬.

미국 실질GDP 세부항목
미국 실질GDP 세부항목

그동안 부채로 성장시켜온 미국 경제는 부채한도 문제에 직면해 있는 최근까지도 돈을 펑펑 써가며 경제를 부양하고 있음.

물론 미국 GDP의 70%는 소비가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지출에 따른 소비 승수 효과를 고려한다면 주어진 수치보다 영향력이 클 수 있음.

 

Journal of Money, Credit and Banking에 2006년 게제된 Ludger의 연구(The Effect of Government Spending on Private Consumption: A Puzzle?)에 따르면 정부 지출이 1% 증가하면 소비는 0.2~0.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음.

 

이는 GDP에서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됨. 미국의 23년 1분기 개인소비지출은 22년 4분기 대비 0.91%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정부지출은 0.71% 증가했음. 이는 정부 지출이 개인소비지출에 최대 0.285%p 증가를 기여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음. 1분기 동안 개인소비지출 1,296억 달러 증가하면서 정부 지출에 따른 승수 효과가 406억 달러로 30% 가량을 기여했다는 의미가 됨.

 

즉,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는 개인소비지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올해 1분기 기업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것도 정부지출의 영향이 컸을 수 있고 TGA 감소세가 5월 말까지도 계속 될 예정이기 때문에 2분기 기업실적에도 정부 지출이 기여하는 규모가 클 수 있음.

 

 

 

부채한도 문제 이후가 더 문제

그러면 그동안은 어쨋든 정부가 돈을 계속 쓰게 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기업실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현재 공화당이 바이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지출을 삭감하자는 것임.

 

부채한도 상향이 이뤄지면서 국채발행이 늘어나게 되면 당장 TGA 잔고가 급증하며 시중 유동성을 막대하게 빨아 들이겠지만 그것만의 문제가 아님.

 

지출을 삭감하면 앞서 설명했듯 GDP의 다른 세부항목에도 승수효과로 영향을 미치게 됨. 그동안 부채로 쌓아올린 경제 성장 기여도가 높았는데 이번 협상이 끝나고 반대로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면 그만큼 경제성장과 기업이익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음.

 

올해 4월 말 정부의 세수 유입은 기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음. 세수 확보가 예상보다 적으니 돈을 더 쓰기도 어렵고 부채한도를 크게 상향시키고 국채 발행을 많이 하면 문제 없지만 이런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닐 것 같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경기침체가 만약 오게 된다면 이미 돈을 많이 쓰고 있는 정부가 경기침체를 완화시키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점임.

 

2008년 미국 상업은행 대출
2008년 미국 상업은행 대출

SVB가 파산한 이후 대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약한 것 같음.

그러나 경기침체를 확률을 조금은 더 높였다고 보여짐. 금리가 높고 은행들이 대출을 잘 안해줄려는 흐름이 나타나면 시중에 대출금리가 높아질 것이고 민간경제는 금리 압박을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음.

 

저금리에 많은 부채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약한 고리의 기업들은 하나 둘씩 무너질 수 있고 연체율이 급증하게 되면 대출 기준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시작됨.

 

지금은 변곡점에서 대출이 정체되어 있는 구간으로 보이는데 이는 2008년 상반기의 흐름과 유사함. 마침 그 시기에 증시는 경기가 좋아진다는 낙관론과 경제 무너진다는 비관론이 팽팽하게 대립되던 시기였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상황과 동일함.

 

그러나 2008년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MBS 문제가 더 심각해졌고 대출 둔화는 완전히 하락세로 들어갔음.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한번 악화로 돌아선 대출 추세는 각도를 더 높여 하락함.

(2008년 중반 대출이 급증하는 듯 보이는 이유는 은행 간 인수합병에 따른 데이터 변화 때문으로 보임.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금융기관이 인수 되면서 마치 대출이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

 

양적완화에도 대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증시는 양적완화 덕분에 상승 할 수 있었음.

 

 

 

그럼 이번에도 똑같이 양적완화 하면 되겠네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공급망 문제를 많이 거론했지만 연준의 양적완화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합작품이라는 의견도 많음. 지금은 40년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연준이 발 빠르게 양적완화로 선회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음.

 

이미 많은 돈이 풀렸고 이 돈들이 언제든 허리띠를 풀어주면 다시 인플레 상승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음. 시장에 이미 풀린 많은 유동성들을 충분히 흡수하고 디레버리징 되지 않는다면 선뜻 방향 전환을 쉽게 해주진 않을 것 같음.

 

지금은 주식시장이 과도기 구간인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상황이 마치 2008년 상반기 데드캣 바운스와 너무 닮아 있기 때문임.

미국 증시와 선물 순포지션 추이

현재 미국의 S&P500 선물 net 숏 포지션 규모는 2008년과 2011년 수준으로 큰 상황임. 2011년과 같은 케이스라면 별로 큰 걱정할 꺼리가 없지만 2011년은 통화완화 사이클이었음.

 

지금은 긴축 사이클인 상황인데 2008년과 같은 금융 문제, 2011년과 같은 부채한도 문제가 동시에 문제되고 있음 상황임.

 

예전과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당시보다 비교적 적은 문제인 부동산이 큰 영향력이 없더라도 그 밖의 인플레, 탈세계화, 전쟁 등 많은 악재들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영향을 정말 무시할 수 있는게 맞을까?

 

부문별 가계 연체율

최근 뉴욕 연준 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작년 글로벌 신평사들이 올해 연체율 전망했던 수치를 훌쩍 뛰어 넘는 데이터들이 나타나고 있음.

 

아무튼 불편한 수치들이 너무 많고 투자 못하겠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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